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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vate/Dairy

01-03-24. 생의 의미

by _Reed 2024. 1. 3.

S는 말한다.

"나는 내가 왜 삶을 지속해야 하는 지 모르겠어. 나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가 뭘까?"

 

나는 말한다.

"형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제가 읽어보랬는데 읽었어요?"

 

"아니"

 

"거기에 딱 나와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말해요. 생명체는 단지 DNA를 옮기기 위한 하나의 생체기계일 뿐이다. 명확하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기를 쓰고 섹스를 하려 하고, 섹스를 원하는 것이 하나의 본능이고, 어느 순간이 되면 아기를 원하게 끔 되는 듯 설정이 되어 있는 거죠. 모든 동물들은 다 그렇게 살잖아요. 본능에 맞춰서. 저도 그런 고민을 해봤지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뭘까? 에 대한 질문과 되새김은 사람을 굉장히 우울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만 생각하는 게 좋을 듯 해요. 태어났으니까 사는 거고, 살아가면서 의미를 찾는 거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인간은 생각할 수 있잖아. 인간은 그런 본능을 거스를 수 있잖아. 출산을 하고 우리의 유전자를 후손에 남기는 것이 우리의 존재 목적이라 면 그 역할을 수행안하면 나의 존재 의미는 없는 거네? 나는 아기를 낳기 싫어. 나중에 아기가 나에게 아빠 왜 나 낳았어라고 물어보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를 거 같아"

 

"저라면 이렇게 답할 거 같아요. 나에게 주어진 생의 의지를 잇기 위해서야"

 

"그러면 너무 이기적이지 않냐?"

 

"형, 인류가 다 그렇게 지속되어 온거 아니에요?"

 

"거스를 수 있잖아. 신은 나를 그냥 만들지 않았을 거 같아. 나는 꼭 신이 있다면 신과 대화해보고 싶어"

 

"형 생각은 너무 결정론적이에요.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건 없고, 다 한낱 미물로 만들어버리는 듯 해요"

 

"정답은 없어. 너도 맞고, 나도 틀린 건 아니잖아"

 

어느 철학자가 방송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큰 질문을 하나씩 품고 살아가야 한다고

S는 이미 찾았다. "나의 존재 이유가 뭘까?" 굉장히 무거운 질문이다.

내가 밥먹고 숨쉬며 향유하고 잠자는 그 모든 것들을 다 한 방에 무너뜨릴 수 있는 질문이다.

나 또한 이런 질문을 했었다.

아마 10년 전 이었던 듯. 좋아하고 책을 통해 영향을 많이 받은 강신주 선생에게서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내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 지에 대한 질문은 굉장히 오만한 질문이다. 사람은 어떤 한 가지라도 자신이 살아 있어야 만 하는 이유를 갖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아라" 라는 말로 간단히 설명하고 싶다.

왜 오만한 것이냐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자신의 존재가 무슨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 존재한 거 마냥 생각하기에 그런 일갈을 날렸던 것으로 생각이 든다. 그 이유가 하찮은 것이라면 그냥 인정할 것인가? 어떤 고귀한 답변을 원하기 때문에 계속 그 질문에 메달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만하다 라고 말했었던 듯 하다.

 

태어났으니까 사는 거다. 그냥 사는 거다. 살면서 주어진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내야한다. 가 그 당시 내가 내린 결론이다.

초원을 뛰어다니는 많은 동물들, 어떻게든 애벌레들을 건사시키는 곤충들, 틈이 나지 않는 곳까지도 어떻게든 뿌리를 내려 살아가는 식물들이 어떤 주어진 의미가 있어서 태어나고 나고 자라는가?

생명의 주어진 의지에 따라, DNA에 입력된 입력 값에 따라 행동하며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라고 나는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S와의 대화를 통해, 나는 저 질문을 S처럼 깊이 파고 들지 않고, 짧게 마무리하고 지나쳤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생각이 너무 확고하기에,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없을 듯 하여 어떤 결론과 함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대화가 종료 되었지만

나와 S의 이 대화의 목적은 S가 어느 순간 '자살'이라는 길로 빠지지 않도록 옆에서 잘 도와주며, 응원해주고 같이 늙어가며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이 지속 되게끔 노력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무미건조하게 웃을 일이 없다던 S에게 술에 만취해 양치를 하다 잠드는 사진을 찍어 보내주어 함박웃음 짓게 만들었을 때,

당장 지워 라고 소리쳤지만 요 근래 중 제일 많이 웃었다는 S의 미소에 기분이 좋아졌다.

 

베트남에 잠시 있으니, 베트남을 비교군으로 한다면 베트남의 신입 월급 기준은 35만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저임금으로만 일을 해도 200만원을 받는다.

이 엄청난 격차가 우리가 어떠한 공간에 있는지, 어떠한 환경에 있는 지에 따라 나타나게 된다.

그렇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즐기면서 산다.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만족하며 아기들도 많이 낳는다.

야시장에 갔더니 어린 아기들이 쫄래쫄래 돌아다니며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출생이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어 가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사회 구조와 분위기가 걱정이다. 

내가 생각하는 생의 본질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잇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아기를 가져야 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본질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본능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억눌리는 것이다.

사람은 본능이 억눌리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잠은 2일만 못자도 죽을 거 같으며 굶는 것도 한계가 있다.

섹스를 하고 자신의 DNA를 잇는 것도 당연한 본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눌려 있으니 문제가 어떻게 안되겠는가?

 

베트남 사람들은 어린 나이에서부터 결혼하여 아기들을 둘, 셋씩 낳고 있다.

나를 태워다 주러온 그랩 기사는 아주 활기차게 인사를 했다.

나이를 물어보니 26이란다.

문신도 예쁘게 했다.

결혼을 했냐 물어보니 결혼을 했다고 한다.

아기도 있냐 물어보니 둘이나 있다고 한다.

그 순간, 그랩운전을 하는 그 남자의 노동이 다르게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미소짓고, 즐겁게 일하며 자신의 가족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모습.

당연하게 할 수 있는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대한민국에서 왜 그렇게 진입하기도 시작하기도 어렵게 된 것일까?

 

가장의 가치, 아버지의 가치, 어머니의 가치, 부모의 가치

이 모든 것들이 폄훼되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쓰여진 이래 지켜져 온 규칙들이고,

가장 오래 지속된 규칙이라고 생각되기에

눈치보지말고, 비교하지 말며

사랑과 행복을 위해 자신의 짝을 찾고 아기를 낳아보면 어떨까?